[1] 사건개요
이 사건은 육군 중령인 의뢰인이 피해자인 9급 군무원에게 회식자리에서 모욕과 업무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협박, 흡연도중 피해자 머리카락속에 담배 연기를 뱉는 방법으로 폭행 하였다는 3가지 죄목으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2] 본 사건의 특징
수년 전부터 군 조직은 대대적인 인력구조 개편으로 군인이 아닌 군무원이 대거 임용되어 군인과 군무원이 함께 업무처리를 하는 일이 많아졌으며, 그러한 변화과정에서 군인과 군무원이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에 군검사는 최근 일어나는 부대 내 갈등의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행위를 “전형적인 상급자의 직장 내 갑질”로 규정하고 엄히 처벌하여 육군 내에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였습니다.
실제로 피해자는 위 공소사실뿐만 아니라 평소 의뢰인으로부터 온갖 괴롭힘을 당하였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군 수사대에 제출하였습니다.
반면 의뢰인은 평소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에게 자신의 개인사를 말해주거나, 쉬는 날 먼저 친근한 연락을 해왔기 때문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불만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였으며, 상급자로서 근무평정일지에 피해자를 높이 평가하고 피해자와 잘 지내왔던 사정을 입력하기까지 하였다며 황당해하였고, 특히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자신은 한 적이 없거나 피해자의 허락을 받은 일이라며 억울해하였습니다.
[[3] 글로리 솔루션
#1심
1.모욕의 점에 관하여는
사실관계 다툼: 피고인이 실제로 그와 같은 발언을 했는지
법리 다툼: 비슷한 발언이 있었다면 과연 그 표현이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것이었는지, 그러한 발언이 전파될 가능성(공연성)이 있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 치열하게 다투기 위하여 회식자리에 있었다는 동료 군인, 군무원들을 증인으로 신청하여 평소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가 어땠는지, 피고인이 평소 하급자들을 대할 때 부당하게 행동하는 것이 있는지와 같은 간접정황을 물어보고, 그 자리에서 피고인이 “눈은 장식품이냐”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사실이 있는지, 피고인이 그러한 부적절한 발언을 한 후 회식자리 분위기가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든가, 누군가가 피고인의 발언을 만류하였다든가 하는 부정적인 분위기나 인상을 느꼈는지, 피고인의 발언이 다른 곳에 전파되었다든가 부대 내에서 문제가 된 적이 있는지 등을 신문하였습니다.
그 결과 공소사실 기재 발언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의 안경 도수 관련한 발언을 한 듯하다는 증언(“장식품이라는 단어를 듣긴 들었습니다”라는 한 명의 증언)이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회식자리 자체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으며, 피고인 발언의 배경도 피해자의 매우 낮은 시력으로 인한 안경 도수에 관한 가벼운 농담을 나누던 중이었지 피고인이 피해자를 공격하거나 모욕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으며, 피고인이 조용히 말했기 때문에 그 발언을 모두가 들은 것도 아니었고 들은 사람조차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기 때문에 부대 내에 전파된 사실도 없고, 피고인이 기소가 되어서야 그날을 떠올리게 됐다는 공통적인 증언이 나왔습니다.
결국 재판부에서 변호인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피해자가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기는 하였으나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의 모욕적 언사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2.협박의 점에 관하여는
앞뒤 정황상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협박을 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을 주장하였는데 피해자가 피고인의 정당한 업무지시를 수차례 위배하여(병사들은 피고인이 시키는 대로 하였으나 오히려 병사들과의 관계에서 관리자급인 피해자는 피고인의 지시대로 이행하지 않았음) 피고인이 업무장소에서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피해자를 질책한 이후, 피해자가 업무상 위험할 수 있는 신발을 착용하고 있어 피고인이 자신의 전투화를 피해자에게 신겨주기 위하여 피해자를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간 것이었고
사무실에서 다시 한 번 피해자를 질책한 후 한쪽 무릎을 꿇고 피해자에게 자신의 전투화를 신겨주었는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할 듯이 협박을 하였다면 피고인이 자신의 전투화를 직접 신겨주는 행동을 할 수가 없는 것이며 피해자는 피해사실을 조사받을 당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공포를 느꼈다든지, 어떠한 위협을 느꼈다든지 하는 자신의 감정에 관한 진술이 없었고, 그러한 피해자의 태도에 대하여 오히려 수사기관이 두려움이나 공포심을 느꼈던 것 아니냐는 식으로 피해자의 피해감정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질문을 하자 거기에 소극적으로 맞장구를 칠 뿐이었으므로, 피해자는 피고인의 행위로 위협을 느낀 적도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은 단순한 감정적인 욕설 내지 일시적 분노의 표히에 불과하여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협박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3.폭행의 점에 관하여는
피고인은 담배연기를 피해자의 머리카락에 내뿜은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였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무죄를 다투어야 했습니다.
당시 상황은, 피고인(흡연자)과 피해자(흡연자), 병장(비흡연자) 1명이 편의점 앞 파라솔에서 담배를 피우며 쉬고 있는 상황에서, 병장이 흡연에 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자 피고인: “그러면 너 머리에서 연기나는 거 본 적 없어?” / 병장: “네 없습니다” / 피고인: “그럼 내가 신기한 거 보여줄까?”, “머리에 해도 되냐? 야 장난이니까 이해해” / 피해자: “예” 라는 대화가 오간 후,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카락에 담배연기를 내뿜은 후 피해자의 머리카락에서 연기가 나는 모습을 병장에게 보여주며 “신기하지?”라고 한 상황입니다.
글로리 김민희 변호사는 3가지 무죄 사유를 주장하였습니다.
1) 형법상 폭행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를 말하는 것인데, 피해자의 머리도 아닌 머리카락에, 그저 연기를 내뿜은 것이 과연 ‘유형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폭행이라는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무죄이다.
2) 피고인은 연기를 내뿜기 전 피해자에게 의사를 물어보았고 피해자가 알겠다고 승낙하였으므로, 위법성조각사유 중 하나인 ‘피해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이다.
3) 설령 피해자의 동의가 그 내심의 의사에 반한 것이어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적법한 피해자의 승낙이 있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던 정당한 이유가 있었으므로, 형법 제16조 법률의 착오에 해당하여 무죄이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특히 위 1)항 기재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에서 말하는 폭행행위라고 평가할 수조차 없으며, 피해자의 양해가 있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2심 - 군검사의 항소
군검사는 다음과 같은 항소이유를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하였습니다.
1)피고인은 직급이 높고 30년 가량 군생활을 하고 전역을 앞둔 자이므로 해당 부대에서 그 누구의 눈치도 살필 필요가 없는 권위자의 지위에 있다. 반면 피해자는 군에 들어온 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은 신규 9급 군무원으로서 소속 부서에서 가장 열위에 있다. 이러한 특수성을 사건에 반영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2)모욕의 점: 피해자의 시력이 나쁜 것이 무슨 피해자의 잘못도 아니고 이런 모욕적인 언사를 들을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는 과원 여럿이 있는 가운데 피고인의 놀림거리가 된 것이다. 실제로 동석자들은 충격적인 해당 발언을 듣고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고 하므로(1심 증인들의 증언), 이는 피해자의 고유한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행위이다.
3)협박의 점: 주먹을 들어 어깨까지 올렸다는 것은 여차하면 주먹으로 널 때릴 수도 있다는 거동에 의한 협박이라고 보아야 타당하다.
4)담배연기를 내뿜은 행위에 대하여 폭행을 인정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다른 법원의 많은 사례가 있으며, 피해자는 피고인이 “장난이니까 이해해”라고 말하였을 당시 어떤 장난인지도 몰랐으나 일단 따라야 할 것 같아서 “예”라고 대답한 것일 뿐이므로 이러한 소극적인 동의 반응을 두고 폭행을 양해한 것이라고 해석한 것은 1심 재판부의 자의적 해석이다.
5)1심 판결은 군에서 상관들에 의해 발생하는 하급자들에 대한 각종 부조리 관행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는커녕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변호인의 군검사 항소이유에 대한 반박은 다음과 같습니다.(1심 당시의 주장은 그대로 유지하되, 추가적인 주장을 덧붙임).
1)피고인이 해당 부대에서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권위자라는 것은 증거기록상 비슷한 내용조차 찾아볼 수가 없는 군검사의 추측에 기인한 일방적인 주장이다. 오히려 피고인은 전역을 앞두고 있으므로 살얼음판을 걷듯 갈등상황을 회피하여 30년의 공든 탑이 막판에 불명예 전역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만사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했다.
2)모욕의 점
동석자들이 피고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원인은 앞뒤 정황상 그 말이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가 저하될만한 표현이 아니었기 때문이지 피해자의 지위를 사회적으로 낮추어 보았기 때문이 아니며, 검사의 설명은 동석자들의 옳고 그름에 관한 판단력과 동료에 대한 애정을 평가 절하하는 처사이다.
대법원 판례상 “어떠한 표현이 모욕죄의 모욕에 해당하는지는 상대방 개인의 주관적 감정이나 정서상 어떠한 표현을 듣고 기분이 나쁜지 등 명예감정을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당사들의 관계, 해당 표현에 이르게 된 경위, 표현방법, 당시 상황 등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추어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동석자들의 평가야말로 발언의 내용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명백한 하나의 지표이며, 그와 같은 모든 상황들을 배제한 채 단순히 피해자의 주관적인 생각만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으면 안 되는 것인데, 검사는 주객이 전도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3)협박의 점
전체적으로 피해자는 평소 피고인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피고인에게 상당한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해자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
피고인에게는 가해 의사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피해자를 질책한 후 한쪽 무릎까지 꿇어가며 자신의 전투화를 피해자의 발에 신겨주는 행동이 가능했다.
4)폭행의 점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의 개념에 포섭되기 위해서는 폭행 내지 유형력의 행사에 “불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학설과 대법원 판례의 태도이다.
검사가 예시로 들고 있는 다른 판례들은 전부 피고인이 담배연기를 피해자의 “얼굴”에 뿜은 사례들이지 이 사건처럼 “머리카락”에 뿜은 사례는 없으며, 그 행위를 전후하여 서로 실랑이를 벌였다든지, 욕설을 하거나 침을 뱉었다든지 하는 추가적인 위협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이다.
피고인은 담배에 관한 대화를 나누다가 이 사건 행위를 하게 된 것으로서 피해자는 피고인과 함께 담배를 피우고 있기도 하였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기분을 고려하여 미리 양해를 구한 후 담배연기를 내뿜은 것이므로 기습적으로 행동한 것도 아니다. 또한 그 의도 역시도 피해자를 공격하거나 모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장난의 목적이었다. 따라서 이것이 “불법성”을 띤 행위라고 평가할 수가 없어 폭행의 구성요건 해당성이 없다.
그 결과 항소심 재판부 역시 변호인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고 1심 판결에 판단을 그르친 부분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4] 사건결과
협박, 폭행, 모욕 무죄, 항소기각